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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책

마술라디오

 

 

마술라디오

지은이 정혜윤

한겨레출판

반양장본 | 328쪽 | 210*140mm

ISBN 9788984318090

 

정혜윤피디의 책 중에서 첫 번째로 접한 건 [삶을 바꾸는 책읽기]였다. 나는 정혜윤피디를 어느 티브이 강연에서 보았다. 15분 동안 강사가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 방송을 잘 챙겨보지 않는다. 그 날은 그저 지나가던 중에 보게 되었다.

 

우선 작가의 헤어스타일이 독특했고,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고, 작가가 말하는 책과 그 저자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작가의 인상이 머리에 확 들어온 후 어느 날, 도서관에 갔는데 [삶을 바꾸는 책읽기]가 눈에 딱 들어왔다.

천천히 읽고 싶었으나 술술 빠르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도 그랬다. 아 천천히 읽고 싶은데, 하면서도 너무나 궁금해서 계속 계속 죽죽 내려 읽어 갔다.

그리고 노란 표지. 노란 표지도 좋은데, 속지도 노랗고, 그라데이션으로 짙은 노랑에서 연노랑 나중에는 흰 종이로 연결되는 책. 어떻게 인쇄했지? 인쇄사고 났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책이다. 어디 잘 모르는 곳에 살고 있는 삶의 지혜를 온 몸으로 혹은 긴 시간으로 터득한 사람들의 이야기. 대중이 관심가지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진솔하고 마술같고 나도 꿈꾸게 되는 그런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한 네 번 울었던 것 같다. 훌쩍거린 것 까지 합치면 일곱 번 이려나.

 

 

바로 저기 있을 때였어. 저기서 고기 잡느라 배 위에 있을 때 통화했어. 나는 내 이름을 대면서 물었지. 나를 기억하시겠습니까? 한참 말이 없대. 그 시간이 엄청 길대. 한참 있다가 전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렸어. '알고말고요.' 72쪽

 

 

눈맛은 그러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 마침내 눈앞에 벌어지는 것을 볼 때의 바로 그 맛이었던 거야. 그때까지 아버지는 절대로 아들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해. 그는 아들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는 알고 있었던 거야. 그가 기다리는 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뭐가 가치 있는 일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기다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씩씩했던 거야. 86쪽

 

 

유아사 마코토씨, 이 눈부시게 정력적인 활동가이자 용기있는 동생의 마음은 사랑에서 시작된 질문으로 몇 배나 아니 몇 만 배가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중이었던 거지. 그는 촘촘하게 엮인 세상을 상상하는 듯 했어.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아름다운 그물을 짜고 있었어. 아이 하나가 어쩌다가 떨어져도 누군가는 받아주는 세상 말이야. 살리고 살리는 살려내는 세상 말이야. 109쪽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가족들 한 명 한 명을 불러서 따로 유언을 하셨어. 나한테는 이런 유언을 하셨어.

"쓸데없는 짓은 없다."

할머니야말로 나의 쓸데없는 짓을 다 보고 계셨는데 말이야. 우리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숟가락 젓가락 식별 사건'말이야. 나는 눈물이 핑 돌았어. 할머니는 속고쟁이에서 만 원을 꺼내 주셨어. 나는 "할머니, 이제 과자값은 필요 없는데요"하면서 울었어. 우리 할머니의 위대한 유산이었지. 238쪽

 

 

 

"근데 원래 달이랑 개가 사람을 젤로 잘 따라다녀. 긍게 삼시 세끼 개밥 주듯이 달을 봐야 헌당게."

"네네. 그렇게 할게요."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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